여행을 하다 보면 한곳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는 편이다.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인데 그런 고민 끝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여행 방식이 바로 ‘한 달 살기’다. 단기 여행과는 다르게 한 도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몇 차례 한 달 살기를 해보면서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여유로운 여행일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되었다.
한 달 살기에 적합한 도시를 선택하는 기준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목적지 선택인데 단순히 유명한 여행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장기 체류가 가능하고 생활하기 편리한 곳인지 따져봐야 한다. 물가가 너무 비싸면 장기 체류시 부담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외진 곳은 생활이 불편할 수도 있다. 거기에 현지 교통 환경과 인터넷 속도, 기후 조건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내가 처음 한 달 살기를 했던 곳은 태국 치앙마이였다. 물가도 저렴하고 단기 체류자가 많아 외국인 친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어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았고 오토바이나 그랩(현지 택시 서비스)으로 쉽게 이동도 할 수 있어서 교통이 편리했다. 그 이후로도 포르투갈의 리스본, 베트남 다낭 등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각 도시마다 다른 매력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숙소 선택 – 호텔이 아닌 ‘집’에서 살아보기
단기 여행이라면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겠지만 한 달 동안 머물려면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다. 주방이 있어야 직접 요리할 수 있고 장기 거주에 적합한 환경인지도 따저보아야 한다. 그래서 한 달 살기를 할 때는 주로 에어비앤비나 북킹 사이트를 통해 월 단위로 임대할 수 있는 숙소를 찾았다.
리스본에서 한 달 살기를 했을 때는 현지 아파트를 빌려 생활했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했고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현지 숙소를 빌릴 때는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숙소는 수도 요금과 인터넷 요금이 별도 청구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로컬 마켓과 슈퍼마켓 – 현지에서 직접 장보기
한 달 동안 살다 보면 외식을 매일 하기보다는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일이 많아진다. 보통 레스토랑을 찾지만 장기 체류를 하다 보면 현지 마켓과 슈퍼마켓을 이용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떤 식재료를 사야 할지 몰라서 헤매기도 했는데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현지 음식 재료를 활용해 요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다낭에서 한 달 살기를 했을 때는 현지 시장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흥정이 필수였고 처음에는 외국인이라서 높은 가격을 부르기도 했다. 몇 번 다니다 보니 단골이 생겨나서 현지인처럼 자연스럽게 가격을 흥정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단기 여행으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배움이었다.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다
한 달 동안 한곳에 머물다 보면 여행자로서의 시선이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아침마다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며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점점 그 도시의 일부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매주 열리는 재래시장에 가서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현지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여행 일정에 쫓기지 않아서 느긋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한 달 살기가 주는 특별한 경험
단기 여행과는 달리 한 달 살기를 하면 예상치 못한 경험들이 쌓여가는데 처음에는 낯설었던 곳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한 달 살기가 무조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쌓여 나를 성장시키고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짧은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감동이 한 달 살기 속에 담겨 있다.
한 달 살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 달 살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보며 일상의 리듬을 경험하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특별한 기회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편안해지고 또 다른 ‘집’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혹시 한 달 살기를 고민하고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어디에서 머물지, 어떤 생활을 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것이 스스로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한 달 동안의 삶이 끝나고 나면 분명 여행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