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기묘한 축제들이 존재한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탄생한 이색적인 행사들은 종종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해당 공동체만의 전통,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진심이 녹아 있다. 기묘한 축제라는 말로 단순히 가볍게 소비되기엔, 그 안의 풍경은 묘하게 매혹적이고 또 어떤 면에서는 묵직하다. 이 글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축제 문화를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결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토마토가 난무하는 거리, 기묘한 축제의 본보기
스페인의 부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8월 마지막 주가 되면 도시 전체가 붉은 물결로 물든다. 수천 명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트럭 위에서 던져지는 토마토가 공중을 가른다. '라 토마티나'라는 이 기묘한 축제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도, 전통적인 유산도 아니었다. 단순한 장난이 계기가 되어 지역 축제로 자리 잡은 뒤,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 콘텐츠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눈앞에서 터지는 토마토, 흠뻑 젖은 셔츠, 끈적한 거리… 모든 것이 말도 안 되게 우스꽝스럽지만, 정작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의외로 열정적이고 진지하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며 웃고, 넘어지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운다. 거기에 깃든 감정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흥분 그 자체다.
나는 몇 해 전 이 축제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출국 전엔 솔직히 "음식 낭비 아닐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현장에 도착한 순간 그 모든 의문은 사라졌다. 머리 위로 토마토가 날아들고, 온몸이 붉게 물든 채로 낯선 사람들과 웃으며 구른 그 시간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다. 축제는 논리나 윤리로 재단할 수 없는 감정의 해방구였다.
세계 축제 문화 속의 광기와 질서
기묘한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종종 '왜 저런 걸 하지?'라는 물음이 스며 있다. 그러나 세계 각지의 세계 축제 문화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일상에선 만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과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의 '나마하게'처럼 악귀를 쫓는 가면 축제부터, 태국의 '베지테리언 페스티벌'에서 사람들이 얼굴을 관통하는 철봉 퍼포먼스까지, 광기와 신념이 묘하게 교차하는 현장은 늘 경외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축제들은 문화적 맥락 없이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데 예를 들어 태국의 축제는 단순한 고통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육체의 한계를 통해 영적인 정화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일본의 나마하게 역시 겉으로 보기엔 무서운 괴물 놀이처럼 보이지만, 지역 아이들에게 질서와 도덕을 가르치기 위한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일본에서 나마하게 축제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깜깜한 밤, 짚으로 만든 가면을 쓴 사내들이 굵은 발소리를 내며 집집마다 방문하는 장면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어른들 옆에 머무는 모습을 보며 알게 됐다. 이건 무서운 놀이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방식이었다. 그건 축제라기보다 의례였고, 삶의 일부였다.
이색적인 지역 행사가 주는 또 다른 감정
우리는 흔히 '특별한 행사'라는 말을 들으면 화려하거나 대규모일 거라 상상한다. 하지만 진짜 인상 깊은 이색적인 지역 행사는 오히려 소박하고, 지역민들의 숨결이 진하게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 열리는 '홀리 페스티벌'은 색의 축제라는 이름답게 서로에게 색 가루를 던지며 봄의 도래와 삶의 희망을 나누는 행사이기에 눈으로 보면 분명 아름답지만, 그 현장은 먼지와 물감으로 뒤덮인 카오스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가 사랑받는 이유는 사람들의 얼굴에 묻은 표정 때문이다. 축제는 겉으로는 색을 뿌리는 놀이지만, 사실은 함께 웃고, 함께 젖고, 함께 더러워지는 경험을 통해 진짜 유대를 쌓는 일이다. 세속적인 걱정과 체면이 사라진 그 공간에선 신분도, 계급도, 이방인도 없다. 그저 하나의 존재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들이 축제를 만든다.
내가 인도 여행 중 홀리 축제를 맞이했을 때, 처음엔 물감을 피하려고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아이 하나가 웃으며 내 얼굴에 분홍색 가루를 뿌리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그 이후로는 그저 사람들과 부대끼며 웃고, 거리에서 춤을 췄다. 낯선 땅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손을 잡고, 말이 안 통해도 눈빛만으로 통하는 그 기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색적인 지역 행사는 그런 순간을 선물한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다만 살아 있다고 느끼는 시간이다.
기묘한 축제를 향한 호기심은 어쩌면 우리 안의 무언가가 평범한 일상에 지쳐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세계의 축제 문화는 단순히 볼거리의 나열이 아니고 그 안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 공동체와의 관계, 나 자신과의 거리 같은 철학적인 질문이 녹아 있다. 토마토가 난무하는 거리에서, 가면을 쓴 남자가 문을 두드리는 마을에서, 낯선 사람이 얼굴에 색을 뿌리는 골목에서… 우리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남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낯설기에 아름답고, 기묘하기에 기억에 남는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전통의 가장자리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보길 추천한다.